AI 에이전트가 예금을 자동으로 옮기는 시대, 은행 조달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가 AI 에이전트의 확산이 '에이전트 뱅크런'을 부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저금리 계좌의 돈을 고금리 계좌로 자동 이동시키면 은행이 값싼 예금 조달 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실화 여부는 AI 에이전트가 가계 금융에 얼마나 빠르게 퍼지느냐에 달렸다는 진단이 뒤따랐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에이전트 뱅크런이 오는가'라는 분석 자료에서 AI 에이전트가 금융시스템의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당좌예금의 전국 평균 금리는 약 0.1%인 반면 일부 핀테크와 온라인 금융상품은 연 3.3~5%를 제시한다. 메타의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 같은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가계 현금이 0.1%대 입출금계좌에서 3.3~5.0% 계좌로 자동으로 옮겨가는 일이 일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논지다. 슬록은 예금자들이 불안을 느껴 한꺼번에 돈을 빼는 전통적 뱅크런에 빗대 이 상황을 '에이전트 뱅크런'으로 불렀다.
은행에 예금은 대출 재원이다. 낮은 금리로 조달한 돈을 대출로 굴려 예대금리차에서 수익을 낸다. 마켓워치는 FDIC 자료를 근거로 미국 은행권 거래계좌 규모를 약 8조3000억달러로 전했고, 전체 예금의 약 20%는 이자가 전혀 붙지 않는 계좌라고 설명했다. 자금이 대거 이동하면 은행은 고객을 붙잡기 위해 예금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약 10조 달러 규모 예금의 금리를 높인다고 단순 가정하면 연간 2000억~3000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생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미국 은행들이 지난해 거둔 전체 이익 2960억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이는 정책이나 제도 변경이 아니라 한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이며, 대상도 미국 은행권이다. 미국 은행들은 팬데믹 이후 금리 급등기에 유사한 비용 충격을 겪었고 SVB 등 일부는 무너졌지만 대부분은 예금금리와 대출 구조를 조정해 대응했다. 마켓워치는 더 큰 충격 사례로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S&L) 위기를 들었다.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예금으로 조달하던 구조에서 1970년대 말부터 시장금리가 급등하자 조달비용은 오르고 대출이자는 묶여 손실이 커졌고, 규제 완화 속에 위험한 대출이 늘며 부실이 확대됐다. 에브라힘 푸나왈라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챗봇은 고객에게 현재 받는 금리가 낮다고 알려줄 수 있지만 에이전트는 남는 자금을 찾아내고 수익률을 비교한 뒤 실제 행동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화 시점과 강도는 AI 에이전트가 가계 금융 활동에 확산하는 속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 분석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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