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보험사 계약이전 때 '계약조건 변경' 허용 논의 — 국감서 금산법 개정 거론
예금보험공사가 예별손해보험 매각에 약속한 지원금이 1년여 만에 6000억원대에서 1조1400억원 규모로 늘었다. 매각이 늦어지는 동안 부실이 커진 결과로, 지원금 부담은 금융회사가 내는 예보료로 이어진다. 국정감사에서 계약이전 시 계약조건을 바꿀 수 있도록 금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예보·금감원은 검토 의사를 밝혔다.
지난 7일 OK금융그룹이 예금보험공사와 예별손해보험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예보가 약속한 지원금은 1조1400억원 규모다. 2025년 3월 메리츠화재가 인수 직전까지 갔을 때 거론된 금액은 6000억원대였는데, 당시 노조 반대 등으로 실사가 이뤄지지 못해 인수가 무산됐고 그 사이 부실이 커졌다. 매각 불발 뒤 금융당국은 5개 손해보험사로 계약을 넘기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손실계약 부담으로 회사당 수백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돼 해당 보험사들이 반발했다.
쟁점은 계약을 넘길 때 조건을 그대로 승계해야 하는지다. 금산법은 계약조건 변경 없는 강제 이전을 규정하고, 보험업법에서는 제한적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로는 활용되지 않고 있다. 2003년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이 하나생명 계약을 이전받은 사례가 있다. 계약이전 제도는 독일·영국·일본 등에서 보험사 정리 방안으로 쓰인다.
19일 국정감사에서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산법상 동일 내용 승계 규정을 개정해야 하며, 경영개선권고 단계부터 보험료 조정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식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개정이 적정하다고 답했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 개정 전 단계의 논의다.
논의가 향하는 대상은 부실 보험사의 보험계약, 특히 과거 고금리 계약이나 보장 범위가 넓은 계약을 가진 계약자다. 제도가 바뀌면 이전 과정에서 금리 수준이나 보장 내용이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 논의의 내용이다. 계약자가 어디까지 손실을 분담해야 하는지가 최대 쟁점이며, 소비자보호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보험업법은 계약자 10% 이상이 계약이전 조건에 반대하면 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확인할 지점은 가입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상태와 경영개선 조치 단계, 보유 계약의 약정 금리·보장 조건, 그리고 금산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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