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로 나는 정찰기, 록히드 CL-400 '선탠'이 남긴 것
요약
록히드는 1950년대 후반 U-2를 대체할 수소 연료 정찰기 CL-400 선탠을 비밀리에 설계했지만 한 대도 날지 못했다. 발목을 잡은 것은 수소의 위험성이 아니라 부피였고, 거대해진 연료탱크가 항속거리를 깎아먹었다. 대신 이 과정에서 쌓인 액체수소 생산·취급 기술이 새턴 V와 스페이스셔틀로 이어졌다.
1956년부터 1958년까지 록히드 스컹크 웍스는 U-2의 후속기로 수소를 태우는 정찰기 CL-400 '선탠'을 설계했다. 마하 2.5로 약 10만 피트(3만 500m)를 순항한다는 구상으로, U-2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이자 뒤에 나온 SR-71보다도 높은 고도였다. 기밀 등급이 워낙 높아 접근 권한을 받은 인원은 25명뿐이었고, 시제기 2대로 시작한 계약은 곧 6대로 늘었다. 그러나 단 한 대도 비행하지 못했다.
U-2는 1955년 첫 비행, 1956년 취역했지만 소련 지대공 미사일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곧 취약해질 것이 분명했다. 후속기 개발이 곧바로 시작된 배경이다. 문제는 연료였다. 수소는 무게당 에너지가 케로신의 약 세 배지만, 액체로 만들어도 제트유의 네 배 공간을 차지한다. 동체는 초기 설계 49m에서 91m, 총 이륙중량 35만 8,500파운드 구상까지 부풀었다. 날개 끝에 붙은 엔진까지 극저온 연료를 보내려면 436K에 달하는 뜨거운 날개를 통과시켜야 했고, 거대한 탱크가 만든 항력 탓에 작전 반경은 1,000해리 남짓으로 쪼그라들었다. 켈리 존슨은 1957년 직접 취소를 권고했고, 프로그램은 1959년 2월 끝났다.
남은 것은 기술이었다. 버뱅크와 웨스트팜비치에 세운 액체수소 생산 설비, 극저온 펌프와 액화 플랜트, 안전하게 저장하고 빠르게 옮기는 노하우가 그대로 NASA로 흘러갔다. 새턴 V와 스페이스셔틀이 이 기반 위에 섰다. 기체 쪽은 탄화수소 연료로 바꾼 CL-400-15JP를 거쳐 아크앤젤, A-12, SR-71 계보로 이어졌다. 수소 항공기가 탈탄소 대안으로 다시 거론되는 지금, 70년 전 이 프로그램이 내놓은 결론은 되짚어볼 만하다. 수소를 태우는 일보다 어려운 것은 그것을 실어 나를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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