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꼬였을 때 책임지는 곳이 없다 — 업계가 말하는 '책임 공백'
요약
여행자는 항공·숙소·렌터카를 묶어 한 번의 여행으로 느끼지만 업계는 각각 별개의 거래로 본다. Skift Global Forum 세션에서 알리안츠 파트너스와 알래스카항공 임원은 이 간극이 결항·지연·사고 같은 사고 순간에 드러난다고 짚었다. 여행 전체를 책임질 수 없다면 최소한 '수습'만큼은 책임지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Skift Global Forum의 한 세션에서 알리안츠 파트너스의 안나 코포드와 알래스카항공의 제이슨 매콜리가 '책임 공백(accountability gap)'을 주제로 대화했다. 여행자가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끊고, OTA에서 호텔을 잡고, 또 다른 업체에서 차를 빌리면 본인에게는 하나의 여정이다. 그러나 업계와 고객센터에는 서로 무관한 세 건의 거래로 보인다. 코포드의 표현대로 "아무도 그 여행자를 책임지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 공백은 평소엔 보이지 않다가 결항·지연·응급 상황이 터지는 순간 드러난다.
대응 방식도 갈린다. 알리안츠는 단순 청구 건을 AI로 처리하면 사람이 할 때보다 5배 빠르다고 했다. 다만 갈림길은 사안의 난도가 아니라 고객의 심리 상태에 둔다. 침착하고 단순한 건은 AI로,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큰 건은 사람에게 넘긴다. 이 회사가 연간 본국으로 이송하는 인원은 1만 3,000명이고, 최근에는 태평양의 한 섬에서 여행자를 데려오기 위해 5개국 정부와 협의하고 배편 여러 번에 항공 앰뷸런스까지 동원한 사례도 있었다.
사고를 신뢰를 쌓는 기회로 보는 시각도 나왔다. 알래스카항공은 첫 통화에서 문제가 해결되면 고객 만족도가 90%를 넘고,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하는 순간 그 수치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고 밝혔다. 보상이 선제적으로 안내되면 승객은 짜증을 내다가도 "그럼 한잔하거나 점심이나 먹지"로 태도가 바뀐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폭설 두 차례로 드러난 보상 사각지대를 개별 민원으로 처리하지 않고 해당 예약 채널의 절차 자체를 고쳤다.
여행자 입장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마지막이다. AI 에이전트가 여러 플랫폼을 넘나들며 여행을 짜주는 방향으로 가면, 책임 공백은 좁아지기 전에 오히려 넓어질 수 있다. 코포드는 예약처가 "두세 곳, 많게는 열 곳"으로 늘어날수록 보호의 난도가 곱절로 커진다고 했다. 여러 곳에 흩어 예약할수록, 일이 틀어졌을 때 누가 수습하는지를 예약 전에 확인해 둘 필요가 커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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