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계
Interferometry
떨어진 여러 지점에서 받은 빛이나 전파를 하나로 합친 뒤, 겹칠 때 생기는 무늬를 읽어 아주 미세한 차이를 알아내는 관측 방법.
잔잔한 연못에 돌 두 개를 동시에 던지면 물결이 퍼져 나가다 서로 만나면서 줄무늬가 생깁니다. 어떤 곳은 물결이 더 높아지고, 어떤 곳은 서로 상쇄되어 잔잔해집니다. 이 무늬의 모양은 두 돌이 떨어진 거리와 던진 시점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간섭계(interferometry)는 바로 이 성질을 뒤집어 이용합니다. 무늬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그 무늬를 만들어 낸 원인 쪽의 극히 작은 차이를 거꾸로 알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빛과 전파도 파동이므로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서로 떨어진 두 망원경이 같은 천체에서 온 파동을 받으면, 천체의 방향에 따라 두 신호가 도착하는 시점이 미세하게 어긋납니다. 이 어긋남을 위상차라고 하며, 두 신호를 합쳤을 때 나타나는 간섭무늬에 그 정보가 담깁니다. 두 망원경을 잇는 거리를 기선(baseline, $B$)이라 하는데, 하늘에서 구분해 낼 수 있는 가장 작은 각도(각분해능)는 관측 파장 $\lambda$를 기선으로 나눈 값에 비례합니다. 즉 망원경을 멀리 떨어뜨릴수록 마치 기선만 한 지름을 가진 거대한 망원경처럼 세밀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얻는 것은 '세밀함'이지 '밝기를 모으는 능력'이 아닙니다. 빛을 모으는 양은 실제 망원경 면적의 합만큼이므로, 어두운 천체를 보려면 여전히 큰 접시가 필요합니다. 또 여러 망원경의 신호를 합치려면 시각을 극도로 정확하게 맞춰야 하고, 대기의 흔들림이 만드는 위상 교란도 보정해야 합니다. 망원경을 여러 대 배치하고 지구가 자전하며 기선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이용해 빈틈을 메우는 방식을 개구합성(aperture synthesis)이라고 합니다.
간섭계는 파동의 경로 길이 차이를 재는 데도 쓰입니다. 하나의 광원에서 나온 빛을 둘로 갈라 서로 다른 경로로 보냈다가 다시 합치면, 두 경로의 길이가 조금이라도 달라질 때 무늬가 움직입니다. 이 원리를 쓰면 원자 크기보다도 훨씬 작은 길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는 여러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여러 대륙에 흩어진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관측시켜 지구 크기에 맞먹는 기선을 만드는 초장기선 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는 은하 중심 블랙홀 주변의 고리 모양 영상을 얻는 데 쓰였습니다. 지상의 중력파 검출기는 수 킬로미터 길이의 L자 팔을 가진 거대한 간섭계로, 중력파가 지나가며 팔 길이를 미세하게 늘였다 줄이는 것을 무늬 변화로 포착합니다. 전파 간섭계로 천체의 위치를 반복 측정해 별까지의 거리를 구하거나, 광학 간섭계로 별의 겉보기 지름과 쌍성의 궤도를 직접 재는 관측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theta \approx \frac{\lambda}{B}
함께 보기각분해능파장전파망원경중력파개구합성